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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7-20 15:30
"브레인 미디어 잡지 인터뷰 " 코가 통해야 뇌가 통한다 "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4,887  


코가 통해야 뇌가 통한다

Body&Brain

코는 고대에는 생명과 영혼의 통로로 신성시되었고, ‘코가 납작해졌다’는 식으로 사람의 마음이나 인격과 동일시되기도 했다. 관상학에서도 코는 재물을 관장하는 하늘의 별, 재백궁財帛宮이 머무는 곳이자 ‘얼굴의 주인’으로 운세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요즘엔 눈과 함께 성형의 대상으로 관심이 높은 코. 그러나 하는 일을 들여다보면 코야말로 뇌를 좌우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뇌를 통하게 만드는 코의 신비에 대해 알아보자.


코는 뇌의 관문 

코는 얼굴의 한가운데에 자리를 잡아 사람의 인상을 결정한다. 코의 모양에 따라 성격을 이야기하는 것은 동양이나 서양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겉에 드러난 코보다 속에 감춰진 코 부위가 더욱 중요하다. 코의 안쪽에는 목뿐 아니라 귀와 눈으로 연결되는 통로들이 있고, 다양한 역할을 하는 뼈 속 빈 동굴들과 돌기들이 자리 잡고 있다.

뇌와 가까운 만큼 코 주변은 얼굴의 위험한 삼각지대라고 일컬어진다. 뇌로 직접 통하는 혈관들이 그물처럼 얽혀 있어 뇌로 세균과 염증이 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코는 두개골을 열지 않고 얼굴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뇌의 앞쪽과 아래쪽, 뇌간까지 접근할 수 있는 부위다. 뇌하수체 종양으로 말단비대증이 있던 격투기 선수 최홍만은 코를 통해서 뇌수술을 했다. 고대 이집트에서도 미라를 만들 때 코를 통해 뇌를 끄집어내 버렸다. 영혼이 담겨 있다고 믿었던 심장은 몸에 남기고, 다른 장기들은 항아리에 담아 미라 옆에 뒀던 것과 달리 뇌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했던 탓이다.

코는 뇌의 냉각기 

해부학적으로는 코가 뇌와 가깝다는 것 이외엔 별다른 연관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코는 뇌의 일부라고 표현할 만큼 호흡과 후각을 통해 뇌의 활동에 필수적인 도움을 준다. 하루 평균 2만 3천 4백 회, 1만 3천 5백 리터의 공기가 코를 통해 드나든다. 코를 지나 폐에서 혈액으로 들어간 산소는 전체 몸무게의 2%를 차지하는 뇌에서 전체의 20%나 소모된다. 그만큼 충분한 산소 없이는 뇌의 기능 또한 장담할 수 없다.

코는 폐로 공기가 들어가기 전 단순히 지나치는 통로만이 아니다. 오히려 능동적으로 공기의 상태를 관리하고 신체를 방어하는 최전선의 파수꾼이다. 코의 안쪽에는 모세혈관이 풍부한 세 쌍의 돌기가 난방기의 배관처럼 튀어나와 있어 찬 공기를 데워준다. 또 점막에서는 하루 1리터 이상의 수분을 방출해 가습기의 역할까지 한다.

이물질과 세균은 코털과 항균물질이 포함된 점액에 의해 걸러져 처리된다. 이렇게 코를 통과해 적당한 온도와 습도로 조절된 공기가 폐로 들어가게 된다.

동시에 코는 뇌를 식혀주는 냉각기다. 뇌로 들어가는 혈액의 온도를 적정하게 내려주기 때문이다. 하품을 크게 하는 것도 뇌의 온도를 떨어뜨리려는 노력 중 하나다. 특히 입으로만 숨을 쉬면 뇌의 온도가 쉽게 올라가 열을 식히기 위한 하품이 저절로 나오게 된다.

코로 느끼는 사물의 정수 

코와 뇌의 관계에서 냄새를 빼놓을 순 없다. 개 코만큼은  못해도 인간은 현대의 초정밀 측정기로도 찾아낼 수 없는 미세한 냄새를 감지할 수 있다. 우리는 코 덕분에 맛있는 음식과 상한 음식을 구분하고, 위험한 물건이나 동물, 낯선 이를 감지할 수 있다. 코가 냄새를 제대로 맡지 못하면 맛도, 식욕도 제대로 느낄 수 없고 생명을 지키기도 힘들어진다. 게다가 코는 냄새로 상대방의 면역 유형을 구분해 배우자를 선택하게 하는 무의식의 중매쟁이이기도 하다.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하찮게 보이지만 후각은 인간 유전자의 3%나 차지한다. 얼마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른 기능들과 비교했을 때 엄청난 비중이다. 시공간의 제약이 있는 시각과 달리 냄새 물질은 막힌 곳도 돌아서 코로 들어오고 이는 뇌로 직접 전달된다.

냄새는 기억과 감정을 처리하는 변연계에 바로 영향을 미친다. 어릴 때 다양한 냄새 자극들을 제대로 경험해야 감정, 사회성과 관련한 뇌 부위가 잘 발달한다는 이야기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정신분열증 환자들이나 사회부적응 환자들은 냄새를 잘 구분하지 못하는 특성을 보인다.

인간에게 냄새는 곤충들의 페로몬처럼 직접적인 신호로 쓰이진 않지만 마치 배경음악처럼 상대방이나 상황에 대한 감정과 인식, 의사결정을 좌우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인류는 수천 년 전부터 종교적 의식에 향을 사용했다. 최근에는 향수, 화장품을 넘어서 감정과 인지를 향상시키는 향기 요법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후각 능력은 측두엽의 기능이 떨어지거나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뇌 손상이 있을 때 떨어지기 때문에 뇌 상태를 진단하는 지표가 된다.

코 막혀, 뇌 막혀 

이처럼 다양한 역할을 하는 코에 문제가 지속되면 어떻게 될까? 어떤 만성 질환이든 고통이 지속되면 고통 때문에 감정 상태가 나빠지고 주의력을 비롯한 뇌의 기능이 떨어진다. 그러나 코의 문제는 항상 산소가 부족한 상태를 만들기 때문에 더욱 심각하다.

일반적으로 혈중 산소 농도는 95%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호흡의 효율이 떨어지면 산소는 떨어지고 열은 올라가니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다고 느끼게 마련이다. 코를 막고 입으로만 숨을 쉬어보면 그 답답함을 바로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입으로 숨을 쉬다 보면 얼굴의 형태도 조금씩 변하게 된다. 코는 소리를 다양하고 개성 있게 내기 위해 발달한 의사소통 기관이기도 해서 목소리에도 영향을 미친다.

코가 막히면 수면에도 영향을 미쳐 다음날 뇌의 기능을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 뇌의 발달에 악영향을 준다. 실제로 만성 비염을 앓거나 코골이 등으로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는 아이들은 학습 성취가 떨어지거나 성장·집중력 장애 증상을 보인다고 한다. 어른들의 경우도 코가 막히면 일의 능률이 떨어지게 된다.

수면무호흡증까지 있을 경우 혈중 산소 농도는 70%까지 떨어진다. 낮 동안 심각한 졸음과 정신적인 변화를 가져와 사고 위험성까지 높인다. 이럴 땐 뇌를 탓하기 전에 코부터 치료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을철, 코를 지켜라

뇌를 위해서 코를 건강하게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다. 일교차가 심하고 건조해지는 가을철에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환절기는 코가 특히 싫어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차고 건조한 기후도 코에 좋지 않지만 변화가 심하면 알레르기성 비염 등의 코 질환이 더욱 늘어난다. 반면 코가 가장 좋아하고, 이비인후과 의사가 개업을 피해야 할 환경은 따뜻하고 습한 열대우림이라고 한다.

건식 사우나 같은 환경은 코에 좋지 않다. 술과 담배는 몸의 다른 장기에도 해롭지만 코에도 나쁘니 당연히 금물이다. 물을 자주 갈지 않고 염소 세척을 심하게 하는 수영장도 피해야 한다. 일명 ‘락스’라 불리는 염소계 세척제는 코점막의 섬모세포들을 죽이기 때문이다.

건강한 코를 만들기 위해선 평소 물을 자주 마시고 가습기나 공기청정기를 트는 등 코가 좋아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수다. 적당한 습도와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고 먼지나 꽃가루와 같은 것들은 최대한 피하는 것이 좋다.

마스크는 우리나라에선 인식이 썩 좋지 못하지만 건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에선 건강 필수품이다. 아침저녁 따뜻한 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것도 좋다. 적절한 습도와 청결을 유지하고, 코에 나쁜 물질들을 제거하기 때문이다.

요즘엔 에어컨이나 난방기, 공기 오염 등 실내외 환경 변화 때문에 계절을 가리지 않고 코의 문제가 이어진다. 그럴 땐 전문가를 찾아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좋다. 코의 문제를 키우면 뇌의 문제가 되기 쉽다.

막힌 코, 이렇게 뚫는다

무작정 코를 푸는 것은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니다. 강제로 뚫어주는 약을 남용하면 약물 의존성 비염이 되어 고치기 힘들다. 식염수 세척이 좋지만 응급처방으로 뚫는 방법도 있다.

● 제자리 뛰기
앉아만 있으면 코는 막히고 머리도 멍하기 십상. 그럴 때 가벼운 운동을 하면 몸의 산소 소모가 늘어나 코의 불수의근에 신호가 간다. 뇌에 공급되는 산소도 늘려주는 좋은 방법.

● 옆으로 눕기
두 개의 콧구멍은 각각 4시간씩 교대로 일하고, 하루 여섯 번 교대하는 순간에만 두 개의 콧구멍이 동시에 열린다. 열려야 하는 쪽이 막힐 때에 비로소 코가 막혔다고 느껴지는 것. 그럴 땐 잠시 옆으로 누워보자. 중력의 영향으로 위쪽 코가 열리게 된다.


글·김성진 daniyak@brainmedia.co.kr
도움말·이상훈 코모키이비인후과 원장
www.komoki.com, 02-561-7582